2  시장은 전장이다

▪ 역사를 현실의 거울로 삼는다

  서양의 사업가들이나 정치인들이 아시아인들과 상대할 때 흔히 당혹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를 이해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상 아시아인들은 서양인 상대자들보다도 훨씬 더 정확하게 다듬어진 규범과 규율을 연구하고 준수하는데도, 서구인들은 때때로 아시아인들의 관행은 비전문적이며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시아인들은 이러한 규범적인 법칙들을 그들의 역사에 대한 연구에서 발췌하여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 그것들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연구는 일반적으로 말해 학문이지만 서구에서보다 아시아에 있어서는 더욱 보편적이다. 왜냐하면 여러 종류의 직업에 대한 등용 시험제도는 다양한 사회생활의 진출 통로로써 개인의 발전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등용시험제도는 일본과 한국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채택되었다. 중국에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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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시험제도는 사회적 인력동원의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다. 등용 후보자들은 기초 단위지역의 경쟁에서 선발되면 지방의 등용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얻는다. 지방의 등용시험에 합격함으로써 그들에게는 국가시험에 응시하 자격이 역시 주어진다. 국가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을 경우, 부나 지위에서 보잘것 없었던 시골 선비나 학자를 한순간에 출세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등용시험은 출세를 위한 중요한 관건이기 때문에 모두들 한결같이, 심지어는 평생에 걸쳐 이러한 시험에 대비한다.
  등용시험은 역사와 문학 그리고 철학에 대단한 비중을 두고 있다. 이들 시험대상의 과목들을 연구하면서 연대적인 역사의 사건들은 인물보다 그 중요성을 갖지 못하며, 역사적 사건과 행위의 본질적 동기가 더욱더 중요시되고 있다. 문제시되는 대상은 사건과 행위에 관련된 인물의 양심이다. 중국학자들은 연구과정에서 역사적인 사건들을 우주관적인 원리와 함께 그것이 표출되어 있는 실례를 들어 분석한다. 그들은 이 모든 원리를 터득하고 그것들을 모든 인생문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활용한다.
  서구에서는 역사와 교훈이 일상적인 생활에 적용되는 경우가 극히 없으며, 개인의 전형적인 교육 과정이 끝나면 흔히 까마득하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그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아시아인들은 서구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최대한 역사에 익숙하다. 그리고 역사를 현실의 거울로 삼는다. 오늘날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그들의 일상적인 사업이나 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데 역사적인 실례에서 터득한 옛 지식을 상고하며, 그것들을 이용하고 있다. 오늘날 아시아인들의 사업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이러한 철학의 발상적 근원을 파악해 볼 필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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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1970년대 후반에 중국이 다시 개방되면서부터 중국인들은 비실용적인 사업적 또는 정치적 관습에 대해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중국 본토인들의 관습적인 행동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전략적 사고는 일본, 한국, 타이완, 홍콩 또는 싱가폴 사람들의 것과 크게 다른것이 아니다. 이들 국가에 있어서 국제적 상행위는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방세계와 교역을 하는데 있어서 응용하기 위한 그들 나름대로의 상담기술을 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왔다. 그들의 상담수완은 중국인들이 이용해 온 원래의 개념 및 전략과는 사실상 차이점이 없으며, 단순히 근대적으로 세련된 내용일 뿐이다.
  비판적인 사실에 관계없이 중국인 상대자와 거래를 하는 서구인은 나름대로 상호 거래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그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국임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은 다른 문명이 사라졌을때도 살아 남았다. 이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다시 자신의 중요한 역할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히 문화적인 이유가 중국인들에 대해 혼돈된 선입견이나 비전문성 그리고 외형적으로 비합리적인 관습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관행은 어떤면에서는 서구적인 기준으로 전체의 질서를 측정하는 일부 서구사업인과 정치인들의 고질적이고 오만한 태도에서 기인된 하나의 단순한 반응이다.
  다음장에서 아시아 사업인들의 처신속에 담겨진 전략적 사고방식을 파악하고, 그들이 그것들을 활용하는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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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市場은 戰場이다.
  중국인들 사이에 ‘Shang chang zu zhang chang’이란 표현이 있는데, 의미대로 풀이하면 시장은 전장이란 뜻이다. 그것은 아시아인들이 사업적 성공의 중요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나타내주는 말이기도 하다.
  한 국가의 경제적 성패는 전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 국가의 생존과 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아시아인들은 사업적 경쟁의 진지한 내면성을 이해하고 있다. 그들은 시장을 전쟁이라는 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은 항상 중국인의 지혜를 전수한 가장 훌륭한 문하생들이었다. 이렇나 지혜의 원리를 완전하게 실행하게 되었을 때, 제자는 그 스승을 앞서 나갔다. 일본의 제한된 부존자원은 일본의 지도자들 사이에 심각한 관심거리로서 늘 문제가 되어왔다. 1874년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과 대만에 대한 일본의 침략은 일본의 고립된 섬문화의 생존을 위한 영토확장의 필요에서 비롯된 행위였다.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인들은 중국인의 ‘시장은 전장이다’라는 속담적인 옛 교훈을 되새기고, 그것을 열심히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시장경쟁에서의 승리를 통하여 일본은 군사적 패배를 극복하고 국가적 생존을 확고히 다졌다.
  그것은 중국인의 또 다른 하나의 교훈인 ‘제일 값진 승리는 전투를 치루지 않고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라는 진리를 실현한 또하나의 멋진 전략이기도 했다.

▪ 군사전략을 사업에 적용한다.

  아시아인들은 ‘시장은 전장이며, 삶은 하나의 연속적인 전투’라고 믿기 때문에 그들은 역시 군사전략을 완벽하게 배우는 것이 성공과 생존을 위한 필수적 요건이라고 믿고 있다. 아시아의 통치자들은 고전적인 중국인의 군사전략에 대한 내용, 즉 병법을 연구하는데 항상 커다란 비중을 두어 왔다. 일반인들도 역시 그것을 연구해 왔으며,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그 원리를 활용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아시아인들은 모든 생활의 요소가 상호 유관성에 얽매여 있다고 믿는다. 전쟁터에서 장수를 인도하는 지혜도 정치인이 통치권을 행사하는 것과 같은 지혜이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우리 모두를 이끌어가는 지혜이기도 하다. 아시아인들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그리고 보다 큰 집단인 사회에서 보편적인 삶의 상황에 그 원리를 적용하기 위해 군사전략에 관한 저서의 내용을 연구함에 있어 이견이 없다.

▪ 병법(兵法)의 역할

  중국어로 병(兵)이라 함은 군(軍)을 뜻하며, 법(法)이라 함은 기술 또는 법칙을 의미한다.
  병법이란 영어로 군사전략(military strategy) 또는 작전술(the art of war)로 번역∙해석되어 왔지만, 어느정도 그 의미가 정확한 번역이 아닌 것 같다.
  병법(Bing Fa)은 처음에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하나의 전략적 사고의 방식이며, 그후로 거의 모든 인간 상호관계에 활용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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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법을 어떤 특정한 병법교재의 타이틀로서 번역하는 것은 특히 잘못 활용된 것이다. 예를 들어 손자(孫子)의 ‘병법’은 병법(兵法) 또는 작전술(the art of war)이라고 불리워지는 단순한 책이나 저서가 아니다. 그것은 병법을 주제로 한 손자의 책략이며, 그 외에도 태망공 병법, 우저 병법, 손빈 병법 등 다수의 유사한 책자에서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처음 저술된 병법의 실례를 든다면 B.C. 12세기경 태망공(太望公)에게 증정된 2권의 책이었다. 그후 수백권의 병법교재가 저술되었으며, 많은 교재들이 중국의 고전문학이나 아시아의 문학에서 하나의 중요한 입지를 지켜왔다.

B.C. 221년에 진시황제는 중국에 있는 모든 서책을 불사르도록 명령했다. 학자들은 그들의 서책을 비장하기 위해 고문과 죽음을 무릅썼으며, 기록에 의하면 B.C. 206년 한나라 초기에 진 황제의 소각명령을 용케도 모면한 182권의 다른 병법교재의 사본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B.C. 206년과 A.D. 24년 사이에 병서들 가운데 잘 알려진 전집이 저술되었다. 예문지(藝文志)라고 불리는 이 서책집은 총 596권에 달한다. 이 596권의 서책 가운데 53권이 병법을 주제로 한 내용이다.
  이들 서책이 집필되었던 시기에는 인쇄기술이라는 것이 없었다. 서책들은 나무판자나 대나무 줄기에 각인이 되거나 아니면 직접 쓰여진 것이었다. 병법에 대한 지식이 중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관련 서책을 엄청난 노동력을 들여 기록하고, 또한 위험을 무릅쓰고 그 서책들을 보존하려고 했던 사실로서도 충분히 입증이 되고 있는 것이다.
  3세기에 황제 유방이 임종을 맞이하여 그의 아들에게 남긴 유언은 병법을 잘 익히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재상이자 군총수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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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은 만사를 제쳐놓고 고서를 사본으로 만들어 어린 왕자를 친히 가르치는 데 전념했다. 이것은 지혜롭고 슬기로운 일로 평가를 받았다. 이 사실은 모든 중국인들이 오늘날에도 잘 알고 있는 일화이며, 병법을 익히는 것은 아직도 현명한 일로 간주되고 있다.

▪ 철학의 영향

도(道-Tao)는 하나의 생명을 만들고
하나의 생명은 둘의 생명을 낳으며
두 생명은 세개의 생명을 만든다.
하여 세개의 생명은 만물에 생명을 불어 넣고
만물은 음(陰)을 지니고 양(陽)을 포용하며
음양이 결합하여 조화를 이룬다.
- 노자의 ‘도덕경’에서

  병법 개발의 전성기는 B.C. 772년부터B.C. 221년까지, 중국역사의 춘추시대 초기부터 전국시대 말기까지인 5백년 동안이었다. 중국의 병서 대부분이 이 기간에 저술되었다. 이 기간은 전쟁이 끊임없이 계속된 시기였기 때문에 군사전략 연구가 참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중국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가들인 공자, 노자, 장자, 한비자 그리고 맹자 등이 이 시대에 중국의 백성들을 가르쳤고, 그들의 가르침은 병법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아시아인들은 각 영역별로 구분된 분야별 지식을 탐구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우주적인 다양한 방법으로 비유된 표현에서 하나의 통일된 원리를 추구하기 위해 연구한다. 성인의 말씀에서 군사전략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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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하는 원리를 찾아내는 데에 부정적인 모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노자는 다른 어떤 인물보다도 병법을 발전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 철학자일지도 모른다. 그는 우주원리란 유일한 것이며, 그 유일함은 다양한 존재의 모체가 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병법의 대가들은 군사작전에 임하여 우주적 원리에 따라 자신들을 인식하고 조화시킴으로써, 각종 전투와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중국 역사의 초창기에 나타났던 역경은 병법을 포함한 중국인들의 모든 철학사상에 영향을 끼쳤다.
  인생을 관찰함으로써 도와 역경에 대한 지식을 터득하게 된다. 도란 하나뿐일 수밖에 없는 단일성의 본질이며, 역경은 하나의 단일성에 대한 상대적 변화무쌍함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두가지 지식의 본질적 요소가 결합함으로써 인간은 불변과 변화무쌍함의 요체를 파악하게 된다. 옛사람들은 도와 역경의 본질을 포옹하고, 병술에 대한 자연의 조화를 터득하게 했던 것이다.

▪ 식객(食客)

  모든 국가의 역사를 살펴보면 군사 및 외교전략에 능통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에게 상당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고대 중국에서 그들이 누렸던 것만큼의 지위를 갖고 대우를 받은 경우는 없을 것이다.
  전략가의 지위는 확고하며 매우 전문화된 것이었다. 이들 전문가는 식객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식객이라는 명칭은 전략가들의 지혜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국가에서 그들의 생활을 보장했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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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전쟁 또는 외교적 국사를 수행함에 있어 자신들의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다른 임무도 짊어지지 않았다. 그당시 재상이던 여포는 진나라 조정에 3천명의 식객을 모은 적도 있었다.
  오늘날까지 전수되어 온 병법전술의 대부분은 이들 식객에 의해 처방되고 조직적 체계를 갖추게 된 것으로, 현재 아시아 전체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끼치면서 뿌리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 현대 아시아 전역에 미친 병법의 영향력

  병법의 영향은 중국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문화가 도입된 기타의 동양제국에까지 뻗쳐 있다. 아시아인들과 일상적으로 상대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병법의 지식과 전략을 익혀야만 한다. 고대 병법서의 내용이 가장 완벽하게 집대성되어 있는 책이 손자병법으로서, 때로는 손자의 ‘작전술’이라고도 불리운다. B.C. 4세기에 저술된 이 책은 아시아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병법서이다.
  그 내용은 정계 및 경제계의 지도급 인사들에 의해 널리 탐독∙연구되고 있으며, 다음 장에서 좀더 그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보고자 한다.
  나는 대규모의 투자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의 종합상사 이또상사의 총지배인 다까시 야마무라와 면담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야마무라씨에게 손자병법을 연구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아주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론이지요”하고 대답했다.
  그것은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성공적인 일본인 사업가라면 누구나 손자병법을 익히 잘 알고 있으리라고 단정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질문이 독자들에게는 유익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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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기 때문에 나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그런 질문을 해야만 했다.
  일본 학생들은 ‘미나모토 요시이에와 야생거위’에 대한 이야기를 배운다.
  요시이에 (11세기 일본의 한 영주)는 적의 요새를 공격하던 중 한 무리의 거위들이 그가 통과해야 할 숲속에서 갑자기 무질서하게 날아오르는 것을 관찰했다. 요시이에는 꾸준하게 중국의 병법을 연구해 왔기 때문에, 그를 해치기 위한 적의 매복이 근처에 자리잡고 자신의 군대를 기다리고 있어서 이 야생조류들이 공중으로 무질서하게 날아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그는 매복을 따돌리고 오히려 상대편의 취약점을 공격하는 방법으로 그의 군대를 지휘하여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

▪ 게임을 즐긴다.

역사와 병법에 대한 연구가 아시아인들 사이에 일반화되어 있는 전략적 사고와 전적으로 동일시된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병법을 공부하지 않은 어린이와 일반인들 사이에서조차 관습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아시아 문화에 깊이 심취한 사람이라면 무의식적으로 전략적 사고에 빠지게 되고, 인간관계에서의 당연한 부분으로서, 정신적인 호신술을 즐기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아시아인들 사이에서 전략적 사고가 일상적인 거래에서조차 어느정도까지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내 스스로가 직접 겪었던 경험의 실례를 들어보겠다.
  나는 열 다섯살 때부터 예쁜 옷을 입는 데서 느끼는 즐거움을 맛보기 시작했다. 그 당시 대만에는 기성복이 없었다. 누구나 옷감을 사서, 누군가에게 옷을 만들도록 해야만 했다. 나는 한정된 예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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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었지만 멋진 옷을 만들어 입고 싶었다. 나는 아직도 병법을 익히지는 않았으나, 나는 내 스스로가 찾아냈던 작은 옷감 상점의 주인에게 어떤 약점이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 지방에서는, 상점주인이 아침에 일단 가게 문을 열면 첫 손님에게는 무엇이든 꼭 팔아야만 된다는 관습이 있었다. 손님이 아무것도 팔아주지 않고 떠나버리면 그 날은 하루 종일 매상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나는 첫번째 손님이 되기 위해 그 주인이 상점문을 열기를 기다리며 여러 차례 일요일 아침을 보냈다. 나는 꽤 여러번 걸음걸이를 했고, 주인은 다시 흥정하자며 나를 불러세우곤 했다. 나는 사실상 그 내용을 모르면서도 정교하고 고전적인 병법전략을 이용하고 있었다.
  주인과 내가 들쑥날쑥 옷감의 질과 가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을 무렵 상점 주인은 내게 차를 대접하게 되었고, 우리는 그의 아이들과 가족문제 등 시시콜콜한 얘기도 나눌 정도가 되었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성공적인 상담을 거두는 또 하나의 기본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흥정을 하는 데 몇 시간이나 걸렸으나 마침내 상점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 너는 정말 상냥하고 예쁜 소녀야. 너에게만 터무니없이 싼 값으로 이 물건을 파는 거야. 이 옷, 내 가게에서 이런 값으로 샀다는 얘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구.”
  상점 주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한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는 좋은 값으로 물건을 구매했고, 상점주인은 그 날의 첫손님에게 매상을 올렸으며, 역시 작은 이익이라도 챙긴것이다.
  아시아인들은 거래 상대편과 재치를 겨루기 좋아한다. 특히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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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들과의 거래에서는,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서구인들은 거의 모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그들이 게임을 조정해 간다.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와 주은래(周恩來)가 회담할 때 키신저는 주(周)가 그에게 사용할 전략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코멘트를 했다. 주는 “귀하는 매우 현명하시군요”하고 추켜세웠다. 키신저는 “귀하는 미국인들이 영리하다는 뜻인가요?”라고 대꾸했다. 주는 웃기만 할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중국인들의 상거래는 흔히 치밀하게 계산된 경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어느 대만 외교관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해외에서 근무할 때는 생활이 아주 편하고 단순해요. 그러나 대만에 다시 귀임하면 아주 복잡해져요. 여기서는 모두들 게임을 하거든요.”
  손자(孫子)가 이르기를,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 백승’이라고 했다. 아시아의 기업인 또는 정치가들과 상대하는 사람은 누구나 병법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 병법(兵法)에 대한 고대의 설화

  병법서에는 중국 역사와 신화에서 인용한 실례를 들어 전략적 사고에 대한 원리들이 설명되어 있다.
  전국시대의 인물이었던 손빈은 병법의 대가였다. 그의 병법은 2백년 이상 실종되었다가 대나무 줄기에 새겨진 원본의 일부가 1972년 은작산에서 발굴되었다. 손빈에 대한 다음의 두가지 일화가 그의 지혜를 잘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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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세마(優勢馬), 대등마(對等馬), 열세마(劣勢馬)

손빈과 동문수학을 한 친구였던 방영은 손빈의 천재성을 일찌기 알아보았다. 그래서 위나라 조정의 높은 관직을 놓고 손빈을 전수로서 시기한 나머지 방연은 손빈을 모함했던 것이다.
  방연에 의해 두 다리가 잘리고 감옥에 투옥되는 신세가 되었던 손빈은 제나라에서 온 사자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탈출, 드디어 자신의 고향인 제나라로 돌아왔다. 그는 병법가로서의 천재성을 인정받아 대단히 영향력이 있는 지위에서 제나라 장수인 전기를 보좌하게 되었다. 전기 장군은 자주 제나라 왕 및 왕자와 함께 연회를 베풀며 승마경주를 즐겼다.  가끔 큰 돈을 걸고 내기를 하기도 했다.
  어느날 전기 장군은 손빈에게 다가올 승마경주에 대해 이야기했다. 손빈은 전장군에게, 자신의 충고를 따르면 그에게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군에게, 걸고 싶은만큼 얼마든지 돈을 걸라고 권했다. 장군의 말들은 경쟁자의 말들과 막상막하의 주력을 지녔기 때문에, 그는 ‘승리를 보장한다’는 손빈의 권고를 미심찍어 할 수 밖에 없었다.
  관례에 따라 시합은 세번의 경주를 치르기로 되어 있었다. 경주방식은 상대방 말에 필적할 수 있는 자신의 말을 우세마, 대등마, 열세마로 나누어 골라서 시합에 출전시킨다.
  손빈은 전장군에게 이르기를, ‘상대방의 가장 좋은 말에 그의 가장 약한 말을 대적시키고, 그의 중간 말을 상대방의 가장 약한 말에, 그리고 그의 가장 좋은 말을 상대방의 중간 말과 대적시키라’고 했다.
  전기 장군은 결국 손빈의 충고를 따랐고, 따라서 한번 패하고 두번 이기는 결과를 얻음으로써 시합의 승자가 되는 것은 말할것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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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기에 걸린 모든 돈을 챙기게 되었다.
  손빈은 넓은 시야로 결과를 판단한 것이다. 그는 전략의 목적은 ‘모든 전투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 이기는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 화덕이야기

  손빈이 지휘하던 제나라 군사들이 위나라 군사에 패하여 퇴각하고 있었다. 손빈의 두 다리를 자르도록 명했던 방연이 위나라 군사를 지휘하고 있었다. 위나라 군사는 제나라 군사보다 숫적으로 우세했고 무장도 잘 되어 있었다.
  손빈과 전기 장군은 최근 그들의 군대가 위나라 군대에게 패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병사는 위나라 군사에 필적할 상대가 될 수 없으며, 전투를 앞두고 사기 또한 떨어져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방연도 역시 제나라 병사들이 겁을 먹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손빈과 장수 전기는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 묘안을 강구한 끝에 손빈이 색다른 위장술을 내놓아 이를 밀어붙이기로 했다.
  제나라 군사는 후퇴를 시작한지 하루가 지난 뒤 야영을 하게 되었는데 손빈은 10만개의 화덕을 만들도록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군대가 야전에 주둔하면 임시사용할 화덕을 만드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병사들은 그 명령을 받고 이상하게 여겼다. 왜냐하면 그들은 분명히 그렇게 많은 화덕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병사들은 명령에 복종했고 그만한 숫자의 화덕을 만들어냈다. 군대는 이동을 계속했다.
  다음날 밤 손빈은 병사에게 5만개를, 사흘째 되는 날에는 3만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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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을 만들도록 명령했다.
  방연은 매일 제나라 군사를 추격하면서 그들의 가마솥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고, 사흘 동안에 제나라 군대에는 탈주병이 많아 병력이 3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확신했다. 이미 방연은 제나라 군대는 결코 그에게 맞서지 못할 것이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릴 만큼 오만해졌고 경계심을 늦추고 급히 추격을 계속했다.
  짧은 시간 내에 손빈에 대한 최후의 승리를 자신하며, 모든 경계심을 풀어버린 채 마지막 돌격을 감행했다. 손빈은 그의 돌격에 대비해 설치해 놓았던 매복조로 하여금 방연의 군대를 초토화시켰고, 방연은 기초적인 병법을 무시한 스스로의 성급한 결론 때문에 전투와 전쟁 그리고 그의 인생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병법의 지혜는 수백 세대에 걸쳐 그 효용성의 실험을 거쳤다. 그것은 아시아인의 사회, 경제, 그리고 정치 구조의 모든 세포 속에 뿌리가 내려져왔다. 아시아인들은 특히 시합의 끝에 약간의 포상이라도 걸려 있다면 지칠 줄 모르고 병법게임을 해내는 것이다. 아시아인들이 비전문적 또는 즉흥적이라고 생각하는 외국인이 있다면, 그는 이와 같은 고대의 원리에 대한 체계적 응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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